비즈니스

프로 N잡러 도전, '겸업금지'라 안 된다고요?

[혼돈의 직장생활] “회사에 피해 끼치지 않는다면 겸업 가능해”

2023. 02. 10 (금)
"모 커머스 기업에 다니는 3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요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제 연봉만 제자리걸음을 하니 생활이 빠듯하더라고요. 다행히 야근이 거의 없는 편이라, 퇴근 후 부업을 하면 생활비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직장 동료에게 N잡에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가 깜짝 놀랄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외주를 받아 일하다가 회사에 걸리는 바람에 징계를 받은 선례가 있다는 거예요. 부업을 하는 게 정말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요. 저, 프로 N잡러로 거듭날 수 없는 걸까요?"


입틀막하게 만드는 물가 고공행진에 '프로 N잡러'의 길로 뛰어드는 분들이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죠. 그런데 회사의 '겸업금지' 방침에 발목을 잡혔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연자님도 마찬가지인데요. 과연 회사는 N잡러 직원에 대해 징계할 권한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겸업은 타당한 징계 사유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컴퍼니 타임스>가 지금부터 찬찬히 알려드릴게요. 
◇근무시간 외 겸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 없어
겸업은 '주된 직업 외에 다른 일을 겸하여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기업들은 근로자가 겸업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겸업(겸직)을 금지한다는 의무조항을 넣곤 하는데요. 

근로기준법상에는 겸업의 허용 또는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5조에 따라 근로자는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을 지키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죠. 

여기서 말하는 '성실의무'는 엄연히 근로자가 회사와 합의하에 정한 근무시간 내에만 유효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다른 일을 겸한다면 성실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판단해 제지할 수 있으나, 근무 외 시간에 행하는 겸업까지 회사가 제한하는 건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겸업금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적용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기업질서를 해치거나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직원의 겸업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건데요. 

법원은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자가 자동차부품제조업체에 재직 중임에도 사적으로 다방 영업을 수행한 경우, 이로 인해 회사의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1.7.24. 선고 2001구7465)

만약, 아래 3가지 사항에 해당할 경우에는 재직 중인 회사의 겸업금지가 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어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겸업금지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자의 성실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징계사유로 인정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겠죠. 
✅ 겸업으로 인하여 재직 중인 회사의 업무에 태만해지는 경우
✅ 타직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 직장 질서를 해치는 경우
✅ 영업 기밀 유출, 기업 이미지 훼손 등으로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공무원인데...겸업해도 될까요?
이처럼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서에 겸업금지 조항이 있더라도 근로자가 성실의무만 잘 지킨다면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많은데요. 사기업 근로자가 아닌 공무원이라면 겸업을 인정받기가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국가공무원의 영리업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다른 직위를 겸하게 되면 업무상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익을 추구할 우려가 있어, 겸직금지에 대해 법률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제32172호) 제25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아래 요건에 해당되는 영리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
✅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경우
✅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정식 허가 절차를 거친 뒤 겸업을 할 수 있는데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6조 2항에 의거해 "겸직허가대상인 업무가 담당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겸직을 허가합니다.

사기업의 일반 근로자라면 회사로부터 겸업 허가를 받아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재직 중인 회사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직장에 겸업 사실을 고지하고 원만하게 사전 협의를 거치는 편이 좋겠지요. 
박지민 기자 jm.park@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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